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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

가을은 왜 불타오르나?

by 정직한 글쟁이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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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橫超 추태화

어느 새인지

지상을 떠나기 전에

가장 아름답게 운다고 한다.

그 새 이름은 잊었지만

이 가을 나무 숲이 닮았다.

나무는 곧 겨울을 맞을 터

이제 혹한으로 가기 전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한다.

곧 무성한 이파리를 떨구고

줄기에 머금은 물기 모두 내뱉고

가장 가녀린

가장 가난한 몸으로

겨울로 들어간다.

그래야 살아날 수 있다.

한 방울 물이라도 숨겨뒀다간

엄동설한에 얼어붙는다.

다음 해 봄 다시 생명을 움트려면

잎새를 떨구어야 한다.

모두 흙 속에 돌려주고

아주 빈 몸으로 가야 한다.

내년에 다시 싹을 움트게 하려면

지금 가을 깊은 날에

모두 떨어내야 한다.

핏빛처럼 붉은 단풍으로

모두 떨어내야 한다.

피를 쏟는 아픔으로

혼신을 다하여

처절한 선홍의 빛깔로 가라 앉아야 한다.

낮추라.

비우라.

그리하면 살리라.

단풍은 그 결연한 의지의 드러남.

피를 쏟듯 나무는 고고하다.

가을 숲

가장 아름다운 색깔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제 늦지 않게 가자.

불타는 노래의 절정

놓칠 수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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