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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욱이의 생각

노숙인 케밥 디아코니아?

by 정직한 글쟁이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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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신학자 안병무 선생님은 생의 마지막까지 목사안수를 거부했다.

직업 종교인으로서의 목사에 대한 거부감이 대단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분의 생애 내내 추구하였던 하나의 주제는 역사적 예수였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10년간 도서관과 강의실에서 도를 닦듯 역사적 예수를 연구했다.

 

한국에 오신 후 군사독재와 불화로 감옥생활을 하는 동안 민중이라는 화두에 천착하여 민중신학이라는 대명사를 세계신학계에 드러냈다.

“예수없는 기독교, 예수의 얼굴을 제대로 그리는 용기를 갖자.”

심원 안병무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가 이번 주일과 월요일 연이어 있었다.

위 언구는 안선생님의 생애를 압축한다.

신대원 동기인 안수경 목사는 학창시절 내내 안선생님의 곁에서 그분의 육성을 구술한 마지막 제자로 윗 언구를 기념품에 안선생님의 사진과 함께 담아 강연회에 참여한 분들에게 나누어주었다.

35년 전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한 홍주민 목사님은 안선생님의 성서신학 세미나에 참여한 마지막 제자였다. 홍주민 목사에 따르면 학문의 엄정함과 역사적 예수를 선생님의 생생한 육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엊그제 작은 글을 발표한 한신대 신대원 그 자리는 그간 학교가 재건축이 되어서 옛모습은 없어졌지만 공교롭게도 지난 날 안선생님께서 강의하셨던 그 강의실 그 위치였다. 홍목사님은 준비한 논문을 발표하기 전 주마간산처럼 그 시절이 떠올라 청중들에게 전달하였다.

안선생님은 예수없는 기독교에 대해 절망하셨다. 예수얼굴이 아닌 금관을 뒤집어 쓴 시멘트 교회에 대해 환멸감을 느끼셨다. 하여 하늘나라에 오르는 순간까지 예수의 얼굴을 향한 열망을 버리시지 않으셨다.

이번에 홍목사님이 발표한 글은 한국의 민중신학과 독일의 디아코니아신학을 비교하며 안병무 선생님의 민중신학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에 대한 전망을 서술한 글이다. 서두에 제기한 문제를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 개신교 상황은 반디아코니아적 신학이 결과한 참담한 상태다. 한국개신교를 서술하는 이즘이 상당하다. 세속주의, 기복주의, 물질주의, 배금주의, 성장주의, 대형주의, 경쟁주의, 집단주의, 배타주의, 적대주의, 세습주의 등이다. 이는 한국 사회를 특징지우는 서열화, 계급화, 차별화, 경쟁적 성과주의가 교회안에도 점유되어 있음을 말한다.

그 결과 한국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양극화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심한 불안 사회가 되었고 한국 개신교는 이러한 기류를 가속화하는 동력으로 치부되고 있다.

다시 종교개혁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교회 안밖으로부터 제기된 지 오래다. 5백 년전 마르틴 루터에 의한 종교개혁에 버금가는 총체적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처지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개신교로 거듭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종교개혁의 핵심정신인 디아코니아로의 신학적 회심”이다.

한국개신교는 파산 직전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중신학은 한국 개신교 교회안에 어떠한 물꼬를 틀 수 있을까. 필자는 민중신학이 “민중을 섬기는 신학”으로 디아코니아 신학과의 대화를 통해 “섬김을 실천하는 민중실천신학”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종교개혁안의 디아코니아적 내용과 재해석을 통한 철저하고 근본적인 개신교 개혁운동이 필요하다.“

논문을 지켜보며 지난 35년전 홍목사님의 신대원 입학 당시가 생각이 났고 그 때 벌어진 6월 항쟁에 이어 새 세상에 대한 확신을 소환했다. 하지만 부끄러운 일이 눈앞에 펼쳐지는 오늘, 다시금 정돈해본다.

선생님을 기리는 길은 입과 머리로 심포지움을 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길을 다시 새로이 살아내며 불지르는 것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노숙인분들의 수가 눈에 두드러지게 많아져 오후 내내 준비한 케밥이 부족했다. 매주 케밥을 기다리는 어느 여성 노숙인 얼굴이 떠오른다. 그 분이 예수의 얼굴이 아닐지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지만 안선생님 말씀을 다시금 떠올리며 용기를 내어본다.

오늘 봉사에 참여한 김상기 목사님, 안수경 목사님 그리고 홍목사님은 모두 안병무 선생님의 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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